이번에는 여의도에 있는 켄싱턴 호텔에서 서빙 알바를 했던 경험담을 말해보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다양한 곳에서 많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는 생각을 하는데... 앞으로도 쓸게 대 여섯개는 남아 있으니 말이다.
캔싱턴 호텔은 여의도에서 그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 호텔이지만 역사와 전통이 있는 유서 깊은 호텔이어서 정치인이나 경제인, 노블레스 계층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결혼식보다는 객실 이용이나 식당 이용에 좀 더 치우쳐진 곳이고 13층인지 라운지를 보면 해외 유명 인사들의 증정품들이나 그림들이 액자에 걸려있기도 하다.
그런데, 유서가 깊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물론 고객들에게 보여지는 곳들은 너무 낡았다 싶으면 주기적으로 리모델링을 했겠지만 직원이나 알바생들이 일하는 곳들만큼은 시설이 그렇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해야겠다. 특히 엘리베이터 같은 경우에는 직원 엘용 엘리베이터가 1개밖에 없는데 15층인가 16층인가 거기에 직원 식당이 있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하면 한나절이 걸린다.
빡세게 일하다가 제대로 된 쉬는 시간이라고는 식사 시간이 유일한데, 가는데 10분, 오는데 5분 정도가 소요되면 1시간 중에 15분이 엘베 타고 왔다갔다 하는데만 쓰이는 것이다. 이게 왜 이러냐면 중간중간에 객실 청소하는 분들, 주방에서 식재료 카트를 들고 타는 인원들과 시간이 겹치거나 하면 층층마다 서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해서 그렇다. 일하는 인원은 많은데 엘레베이터는 조그만 것 단 한 개라니...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리고 말이 서빙 알바지 사실 핸들링 아르바이트라고 할 수 있다. 핸들링이란 무엇이냐? 업계 용어로 식기세척기를 통해서 나온 적시나 그릇, 수저, 젓가락 등을 물기 닦는 일을 핸들링이라고 하는데, 냅킨으로 쓱싹쓱싹 물기를 제거해주는데 하얀 냅킨 개수가 보통은 모자라서 물기가 가득한 냅킨으로 닦게 되거나 지저분한 냅킨을 여러차례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종종 위생적으로 그렇게 깨끗하다는 느낌은 못 받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고, 정말 하다보면 냅킨이 모자라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식기세척기 밑에 보면 뜨겁게 열나는 곳이 있어서 거기에 몇번 사용한 냅킨은 말려주고 다시 사용하고를 반복한다.
알바생으로서 고된 것은 무엇보다도 손목이 너무너무 아프다. 그래서 다른 서빙 알바들도 많이 해봤지만 여의도 켄싱턴 호텔의 서빙 알바는 비추. 난이도는 중상급에 속한다. 손목 건강이 괜찮은 사람들에게는 뭐, 나쁘지 않겠지만 적어도 평상시에도 테니스 엘보가 좀 있었던 나로서는 한 자리에 서서 계속 핸들링 일만 하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산더미처럼 나오는 수저와 포크, 젓가락은 따로따로 구분해서 뜨거운 물에 불려서 찹찹 핸들링해준다.
물론 다른데도 서빙이라고 이름만 붙여져 있을 뿐이지 세팅하거나 핸들링하거나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이곳은 처음 온 사람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정직원 아니면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핸들링만 시키는 업무를 많이 한다. 쓰다보니 반복해서 쓰는 것 같은데 한 자리에서 계속 그 접시 닦기를 하고 있어야 되기 때문에 정말 정말 손목이 아프다. 그냥 그게 다다.
드물게 13층인가 14층에 있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업무는 상대적으로 편한 편이다. 핸들링을 절반 정도 시간에는 1층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고객 응대하고 뒷정리하는 일들을 절반 정도 하는데, 발을 움직일 수 있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한자리에 꼬박 서서 똑같은 단순 작업을 하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근무 일수를 다 합치면은 한 두 달 정도 했을 텐데 그중에서 딱 한 번 2층 홀에서 서빙 업무를 담당했었고 나머지는 다 주방에 들어가서 접시 물기 닦는 업무를 했다. 웬만큼 손목 힘이 좋지 않으면 볼링을 치거나 골프를 치는 일 만큼 손목에 무리가 가는 알바이니 참고하고, 최저 시급 나오니까 그것도 참고하고 그래도 따지고 보면 안 힘든 알바는 없으니까 적당히 텐션 유지하면서 일할 사람들은 해도 좋은 알바다. 당연히 공사장이나 얼음공장, 수산물 시장, 상하차보다야 백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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