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주말마다 6개월 이상 꽃방에서 알바를 했다. 어느 날 울린 인력업체님의 문자. OO씨, 이번에는 롯데호텔에서 꽃방 일이 있는데 출근 가능하세요? 음? 그 당시에 나는 켄싱턴에서 서빙을 한창 하던 때였다. 근데 서빙이 아니고 거의 한자리에 서서 핸들링(접시나 식기류의 물기를 닦는 일) 하는 일이었어서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다. 한 자리에 계속 서 있는 일이 지겹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알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문자가 온 것이다.
그렇지만서도 꽃방? 뭐하는데지. 플라워샵 같은건가. 가면 꽃꽃이 하는건가. 아니면 손님 안내하는건가? 처음에는 완전 무지했기 때문에 호기심 반,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재보는 마음이 반이었고, 가면 여자들 많겠지. 썸씽 생기나? 라는 추잡스러운 마음 1%. - 이건 그냥 머리 속에 잠깐 스쳤을 뿐인 생각. 돈 벌기 위한 일터에서 작업 들어가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강한 터라...
기간 상 제일 오래 일한 알바에 속하는만큼 알바 후기 중에서도 쓰는 것이 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장단점을 솔직히 말해보겠다.
장점부터 말하자면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로 분위기가 활기차고, 그러면서도 쪼일 때는 쪼이고 느슨할 때는 느슨하게 업무지시를 잘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가끔 불합리한 오더가 내려져도 기분이 나쁜 느낌이 아니라 실수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 직원들이 대체로 자신의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프로페셔널하게 솔선수범하는 느낌.
쉬는 시간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세팅을 마무리한 후에 본식이 끝나기까지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에 꽤 오래 쉬기도 한다. - 목사님의 일장 연설이 있거나 축가를 오래 부른다던가 하면 40분 가까이도 쉴 수 있다. -
단점은 시급이 최저시급이라는 것. 직영으로 해도 최저시급인데, 호텔 특성 상 10% 정도가 까인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본업이 회사 사무직이라 워낙에 적당히 움직이는 일을 하고 싶기도 했고 분위기가 좋아서 그냥 좀 손해보고 말지 하면서 그냥 다녔다. 시급만 보고 다니는 거면 안 다니는게 좋겠다. (롯데 계열이 원래 짜기로 유명하단다.)
직원들은 전부 여자였고, 주로 웨딩홀과 신부대기실 등의 꽃 배치를 기획하고 세팅하며 업무지시를 한다.
알바는 남자 반 여자 반 정도로 구성되는데, 여자와 남자가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여자는 꽃꽃이 보조 쪽에 약간 더 비중을 두고 남자들은 대체로 물통 나르는 일과 같은 힘쓰는 일에 비중을 둔다.
하는 일을 순서대로 말하면, 평일에 직원들 위주로 꽃꽃이 해서 냉장고에 보관해둔 여러 종류의 꽃과 아주 가끔 나무들을 주말 웨딩 시작 전에 카트에 실어 위로 올린다. (그 양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웨딩홀 입구부터 무대까지 빼곡히 세팅해주고, 결혼식이 끝나면 정리해주는 일이다.
무대에는 1미터가 넘는 크기의 물통을 올려놓고 그 위에다가 나무를 올려놔야 하는데, 작은 통, 중간 통은 보통 남자의 체격으로도 혼자서 무난하겠지만 제일 큰 물통의 경우 웬만큼 힘이 좋지 않으면 혼자서는 요령 없이 위로 올리기 힘들다. 허리에 받치고 위와 아래를 잡아서 올릴 것. 괜히 무리할 필요 없이 웬만하면 둘이 하는게 좋다. 만의 하나 깨지거나 물을 쏟으면 난리난다.
정리는 뭐, 말 그대로 무대를 정리하고 초를 끄고 세팅해둔 전자식 촛대를 빼고 플라워 폼(오아시스 폼)에 있는 꽃들을 빼고 검은 색 비닐 봉투에 무자비하게 집어넣고 처음 상태로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창고 정리도 있고, 나무가 있다면 거기에 케이블 타이로 달아놓은 꽃들을 모조 진짜 구분해서 떼어내주고 등등의 일을 한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다른 일이 많아져서 부득이 그만두게 되었지만, 나이 상관 없이 나중에라도 다시 할 수 있으면 고려해볼 정도로 활력있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꽤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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