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현(現)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재도전 선언과 동시에 “미국 공장에 다시 불을 밝히겠다”는 구호를 앞세웠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제조업=국가 안보’라는 프레임을 재차 굳히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 레토릭 뒤에는 △기술 패권 수호 △에너지 수출 확대 △정치적 지형 재편이라는 세 갈래 동기가 교차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속사정’을 짚어본다.
1. AI·서비스 초강국에서 ‘제조 강박’으로
“우리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서비스로 번 돈이 아무리 많아도, 칩과 기계를 실제로 찍어내지 못하면 중국이 내일이라도 우리의 지적 재산을 가져갈 수 있다.” – 2025년 3월,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연설 중
지난 30년간 미국은 소프트웨어·클라우드·AI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다. 트럼프 진영조차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공장 밖에서 버는 돈이 아무리 커도, 공장이 국경 밖에 있으면 기술 유출·공급망 정지의 위험을 막을 수 없다”는 불안이 트럼프의 뇌관이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하지만, 칩 생산(파운드리)은 대만·한국·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2025년 4월 초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만 해협이 막히면 아이폰도, AI 서버도 못 만든다”라며 칩 내재화 법안(초대형 세액공제·국방물자법 활용) 공언했다. 따라서 그의 ‘제조업 부활’은 실은 안보형 산업 정책이다.
2. 왜 굳이 미국 땅에서 만들려 하나?
첫째 이유는 지식재산 방어다. 중국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수출한 하이테크 설비·노하우를 ‘약탈(technology harvesting)’해 왔다. 첨단 장비 수출 통제(예: ASML EUV)에도 휴먼 파견·사이버 해킹 등으로 빈틈을 노린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외부에 노출된 공급망은 결국 뚫린다”고 규정하며, 공장·설계·패키징까지 ‘모두 MADE IN USA’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제조 의존 구조 비교
구분 | 2023년 기준 美 매출 비중 | 2023년 기준 아시아 생산 비중 | 트럼프식 대응책(요지) |
---|---|---|---|
반도체 설계(팹리스) | 60% | 15% | 초대형 세액공제, 국방물자법 동원 |
반도체 생산(파운드리) | 12% | 80% | CHIPS Act 2.0·보조금 확대 |
스마트폰·PC 조립 | 10% | 85% | 관세 60%+우대 입지(오하이오·텍사스) |
둘째 이유는 일자리 정치다. 트럼프가 2016년에 승리할 때 결정적이었던 러스트 벨트(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제조 노동자 표심은, 2024년에도 재집결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 ‘100만 인턴·훈련생 확대’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숙련공 양성을 직접 겨냥했다.citeturn0news38
3. “드릴, 베이비, 드릴” – 석유 수출의 유혹
제조 논리와 함께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또 하나의 축은 에너지 패권이다. 미국은 이미 세계 1위 원유·가스 생산국이다. 셰일 혁명 이후 일일 원유 생산 1,300만 배럴(2024년) 기록, 풍부한 자원으로 EU·아시아에 LNG를 공급하며 막대한 무역흑자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중립·ESG 규제는 수출 확대를 가로막았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파리협정 탈퇴를 재확인하고 다수의 EPA 규정을 철폐했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 석유·가스 탐사 제한 완화 – 알래스카 ANWR·멕시코만 해상 시추 전면 재허용
- LNG 수출 면허 간소화 – FERC·DOE 심사기간 270일 → 90일 단축
- 전기차·재생에너지 보조금 축소 – 화석연료 경쟁력 회복 유도
가디언·PBS 등은 트럼프의 정책을 두고 “기후 위기 대응 10년을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트럼프 캠프는 “저렴한 에너지야말로 제조 리쇼어링의 핵심 인센티브”라는 논리로 맞선다.
4. 정치·지정학 퍼즐 맞추기
러스트 벨트 + 에너지 벨트 = 완벽한 선거 지도. 제조업 공약은 미시간·위스콘신 같은 스윙 스테이트에, 석유 공약은 텍사스·루이지애나·노스다코타 등 공화당 텃밭을 더욱 단단히 결속시킨다. 동시에 유럽·일본이 중국산 공급망을 ‘디리스킹’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조 허브_와 _에너지 주유소 두 역할을 모두 맡게 되면 동맹 의존도도 커진다. 트럼프에게는 동맹 재협상 지렛대가, 미국 기업에는 국내 투자 압박이 생기는 셈이다.
5. 앞으로의 변수
① 경제성: 중국·베트남 대비 인건비 5배, 보조금·관세로 얼마나 메울 수 있을까? ② 기술 격차: 첨단 시설(파운드리·배터리 공장) 건설 기간 3~5년, 2028년 대선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올까? ③ 기후 파장: 석유 수출이 늘면 파리협정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1.5 ℃)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결국 트럼프의 제조업 부활론은 안보·경제·정치·에너지 네 축이 한 몸으로 묶인 거대한 프로젝트다. 불가능해 보이던 ‘리쇼어링’과 ‘석유 쏘아올리기’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러시아산 가스 대체라는 시대 조건 속에서 _일부 현실성_을 얻고 있다.
6. 인력 딜레마 - 그럼 누가 공장 기계를 돌릴 것인가?
트럼프는 한편으로 “불법 이민자 1,100만 명을 대대적으로 추방하겠다”고 공언한다. 실제로 2025년 1월 ‘국가 추방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 신속 절차·현장 체포 권한을 확대했다. 엘살바도르와 협력해서 국외 감옥으로 잡아 가두기도 한다.
문제는 노동 수급이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 공석은 올 2월 기준 60만 개를 넘었고, 자국민은 높은 임금·충분한 휴가를 당연시한다. 이런 문화에서 장시간 3D(Dirty, Dangerous, Difficult) 현장은 인기 밖이다. 결국 “공장 회귀”와 “대량 추방”은 충돌한다. 트럼프 캠프는 ①단기 비자(브라세로식 게스트 워커) ②교도소 노동 확대 ③AI·로봇 자동화 가속을 해법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곧 추가 예산·시간이 수반된다.
휴먼 리소스 없이는 리쇼어링도 공염불이다. 미국 땅에서 만들되, 누가 만들까? 하는 문제는 트럼프의 제조 부활론이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이다.
맺음말
트럼프는 스스로를 “마지막 산업 시대 대통령”이라 칭한다. 그의 구호가 허황될지, 아니면 기술 패권 전쟁이 불러온 새로운 불황 대비책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서비스만으로 슈퍼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미국 안팎에서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갈아 세계를 움직이는 동안에도, 실리콘 웨이퍼와 쇳소리는 여전히 국력과 안보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의 ‘제조업 부활’ 드라마는 이제 막 1막을 올렸다. 다음 장면은 미국이 산업·에너지·환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세계가 그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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