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알바는 KFC였다. 카운터 업무는 아니었고,
당연히(?) 주방이었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카운터 지원 생각도 못 해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대략 3개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정확한 개월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원은 알바몬으로 했고, 간편 문자로 넣었다가 답이 없어서
직접 점포에 전화해서 다시 한 번 연락했다.
그제야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면접은 간단했다.
"언제부터 할 수 있어요?", "몇 개월 가능하세요?",
"힘든 거 괜찮겠어요?"
뭐 이런 질문들.
신분증, 보건증, 이력서 챙겨서 면접 갔고
바로 다음날 채용 문자가 왔다.
[업무 내용]
KFC 주방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이다.
기본은 튀기는 일.
치킨, 텐더, 패티 등
냉동 해동해서 순서대로 튀긴다.
타이머 맞춰 놓고, 기름 온도 맞추고, 홀딩기에 옮기고.
오픈이면
기름 온도 맞추고, 튀김기 세팅하고, 해동 치킨 준비.
마감이면
튀김기 청소, 판 설거지, 바닥 청소, 쓰레기 처리.
중간중간에
"징거 2개~"
"텐더 4개요!"
빽이나 카운터에서 호출 들어오면
바로 튀겨서 전달해준다.
튀김기 드레인도 정기적으로 한다.
기름 이물질 걷어내고, 새 기름 붓고.
주방이 쓰는 기름은 양이 많고 뜨거워서
기름 교체 작업은 항상 조심조심.
정말 제일 힘든 건 설거지다.
판이랑 트레이가 수십 개씩 쌓이고
기름이 잔뜩 묻어서 잘 안 닦인다.
특히 튀김기가 헬이다.
튀김기에 튀김옷이 달라 붙으면
아무리 벅벅 문대도 제거가 안될 때가 많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목이 너무 아프다...
[근무환경]
주방은 무조건 서서 일한다.
앉을 데 없다.
기름 냄새, 튀김 냄새, 뜨거운 열기...
처음엔 버겁다. 하지만 1개월쯤 지나면 그건 익숙해진다.
화상 주의도 필수.
튀김기 바구니에 손목이라도 스치면 바로 화상이다.
[시급과 시급 대비 난이도]
당시 시급은 최저시급.
주휴수당 같은건 없던 시절이었다.
어떤 블로거의 글을 보니 요즘은
시급이긴 시급인데 월 단위로
주휴수당 등 포함해서
꼬박꼬박 잘 들어온다고 한다.
출퇴근 체크는 컴퓨터 지문 인식으로 하고
1분 단위로 계산된다고... 역시 세상 많이 바뀌었다...
[장점과 단점]
장점
돈은 정확히 들어온다.
일 배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치킨은 질릴 만큼 볼 수 있다.
단점
단순반복+체력소모가 크다.
냄새, 기름, 뜨거움은 기본 옵션.
튀김옷 제거 설거지는 진짜 지옥이다.
* 당시에는 아바의 댄싱퀸 노래를 포함한 12곡의 CD를 무한 반복해서 틀어줬었는데, 나는 이후로 아바의 댄싱퀸을 절대 못 듣는다.
[마무리하면서]
KFC 주방 알바는
"힘들지만 단단해지는 경험"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는 그때 처음으로 사회생활이 뭔지 느꼈다.
그리고 단단해졌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KFC 주방 알바 어때?"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다.
"다신 안 할 것 같지만, 한 번쯤은 인생 경험 상 해봐도 괜찮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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