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그러니까 우리 아파트는 약간 외딴 섬처럼 주변과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도심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데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선상에 있고 버스정류장 사이의 가운데에 위치해서 약간 산쪽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나홀로 아파트다.
앞에는 공구상가가 있고 단지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지상주차장과 벤치가 있으며, 바로 옆의 대단지 아파트와의 경계선에는 장벽이 쳐져 있다. 인간은 그 장벽을 넘어갈 수 없지만 길고양이들은 그 경계를 자유로이 오간다.
약 3마리의 길고양이와 그들이 낳은 새끼고양이가 2마리쯤, 총 5마리 정도가 있는 것 같은데 요즘 동물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나는 그들의 행동패턴을 창문 밖으로, 때로는 벤치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다고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지는 않다. 나름의 여건이 안되기 때문.
다만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행동패턴은 언제나 새로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고, 관찰하면 할수록 사색할 거리가 많아져서 좋은 것이다.
먼저 암컷으로 보이는 황갈색 얼룩무늬의 고양이가 있는데, 그 녀석은 상대적으로 둔하다. 물론 인간의 접근을 피할 정도의 충분한 재빠름은 있지만, 그래도 꽤 지근거리까지의 접근을 허용한다.
왜인지 모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어도 다섯 여섯 걸음 가다가 한번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또 걷고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하품을 하고, 잡초들 사이로 오줌을 찍 갈긴 후에, 반대쪽 조경 나무 근처에서 흙을 파더니 지렁이인지 벌레인지를 먹기도 한다. 아무튼 이 녀석은 우리 아파트 주차장이 주요 서식처인 듯, 제일 자주 보이는 녀석이다.
다음으로는 검은 얼룩의 성체 고양이. 검은 색이 들어갔다고 해서 수컷이 자연적으로 생각나는걸 보면 나는 아직도 남여가 선호하는 색에 대한 편견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이것도 사색의 일종인 듯. 이 녀석은 덩치도 삯에 조금 못미칠만큼 크고 상대적으로 위풍당당하다. 주변 눈치 같은 것은 잘 안보고 일상행동에 거침이 없다. 종달새가 나무에서 지저귀면 건방지다는 듯이 바위 조경 위로 후다닥 달려가서 겁을 주고는 내려오고, 영역 침범을 한 다른 고양이가 다가오면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싸우기를 겁내지 않는다. 배때지를 깔고 누운 것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사람에게는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주지 않는다는 특징.
그 밖에도 공구 상가에서 넘어오는 고양이가 잠깐 잠깐 보이는데 그 놈은 주 서식처가 우리 아파트 앞은 아닌 듯한데, 이 녀석도 짬타이거스럽게 뒤뚱뒤뚱 둔해보이지만 덩치가 꽤나 큰 편이다. 위의 두 고양이들과 생활리듬이 달라서인지 동시에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딱 한번 검은 고양이와 싸우는 것을 봤다.
내가 이 녀석들을 관찰하면서 제일 신기했던 것은 그 특유한 날렵함. 성인 남성의 두배 높이는 되는 바위 벽을 한번의 도움닫기로 재빠르게 넘어간다. 그리고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닌데 인간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착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들을 위해서 좋은 현상이다 싶으면서도 우쭈쭈해도 끝까지 안오면 가끔 서운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미칠듯 뛰어난 균형감각이다. 이건 뭐 상대적으로 둔한 녀석인데도 거의 줄타기 장인 수준이다.
일상의 지루함을 이기는 현명한 방법으로 당신도 때로는 이렇게 일상 생활의 사색을 즐겨보면 어떨까 공유하고자 생각나는대로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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