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_이것저것

추모헌시 현충일 공모전 제출작

디지털노마드방랑객 2024. 11. 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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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썼던 추모헌시입니다. 현충일 공모전 때 제출했었지만 몇 등으로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보기 좋게 떨어졌구요. 그렇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나름 꽤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네요. 평가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고, 혹시 공모전을 준비할 일이 있다면 이 글보다는 훨씬 잘 써야 당선된다 정도의 기준점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낙선자의 하잘 것 없는 시 한편을 올려봅니다. ^^;

 

당신은 살아있습니다. 아직 죽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 푸른 눈 속에

당신을 짓쏘았던 총알처럼 고스란히 박혀 있고

우리들 빨간 심장에

당신을 사랑했던 그 수많은 사람들처럼,

저기 저 곳 서있는 한갈래 나무처럼

다를 것 없이 박혀 있습니다.

 

조국 없는 자의 서러움을 알았기에 나아가 싸웠고

조국 가진 자의 당당함을 알았기에 피말리는 전선

그 곳에 공포와 이별을 함께 묻었던 당신이여.

 

웃고 계신 당신의 모습, 그 모습 거기에는

한점 티끌의 어둠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역사는 고통을 남의 일처럼 담담히 얘기합니다.

연내 묶은 액자의 먼지를 훌훌 닦아 드리며

남겨진 아이들은 뜻모를 찬가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 노랫말 뒤에 서럽게 새겨진 당신의 역사를 뒤로한 채

가슴으로 부르고 싶지만 머리가 먼저 앞서는 노래를

어울렁 어울렁 샘처럼 지저귀고 있습니다.

 

아내여, 나의 아들과 딸이여.

조국을 위해 총칼을 메고 나아가야 할 때,

지금이 내 생명을 다할 그 때이다.

까마귀의 밥이 되어 세상에 흩뿌려진들

너희를 지킬 수 있다면 오냐. 웃으며 만족하겠다.

 

비분함과 강개함이 강을 이루고

고사리 배고픔이 온 산을 뒤덮던 시절

총이 없어 대나무 죽창을 짊어지고

사람이 없어 멧돼지와 함께 전쟁을 치루었던 시절

 

당신은 말없이 웃으며 아내의 등을 토닥거렸지만

젖먹이 아이의 울음이 포성처럼 애처롭게 귀를 저미었겠지요.

문간 너머 사슴의 눈망울로 당신을 보던 군인이

어서 오라, 했을 때 그 때에도 사진처럼 밝게 웃었겠지요.

어머니. 이별의 밤이 오긴 오는가요.

길러주신 주름에 마음을 묻고 떠납니다.

고우신 머리카락 어디든 단정하시라고

깎아 만든 참빗을 주머니에 넣어 아내에게 맡깁니다.

 

당신의 어머니는 저의 어머니처럼 눈을 한참 감고

강약 없는 염불을 소리 없이 외우셨을 텐데

고마움의 강은 청아한 마음씨의 선비가 되어

당신 부족한 눈빛을 더욱 짙게 채색합니다.

 

전우들과 함께 한 나머지의 생에

저승사자 같은 어둠의 눈빛을 정면으로 견디며,

나뭇잎새 흔들릴 때마다 눈물이 나는 것을 참으며

적들의 내몰린 등짝 피멍 지기도 전에 생명을 빼앗고

웃음도 울음도 기꺼움도 두려움도 모두 박탈당한 적을

그 적을,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고 다짐했을

애처로운 당신이여.

 

당신은 기적 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여기에 남아 당신을 위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무덤에 앉더니

바람의 비단천이 되어 얼굴을 스칩니다.

 

당신의 피를 마시고 푸르른 초목이 자라났고

긍지가 백합이 되어 자라나 영원히 시들지 않고 피어났습니다.

자손들은 형형한 눈으로 당신의 영정을 바라보지만

흑백 사진 속의 그 득실대었던 절망을 어찌 알까요.

저희는 거리 곳곳에 피어있는 십자가를 들고

당신이 물려준 세상을 조심스럽게 나아갈 뿐입니다.

 

아름답고 청명한 푸르름에 지나간 세월을 숨기우고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따스하게 자연을 품에 안으신

멋진 당신이여. 영면하소서.

 

 

HAVE A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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