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영업 방법: 친절+단호함. 영업자 마인드에 대하여.
저는 기본적으로 마케터입니다. 그러나 제 마케팅 skill을 교육하고 광고 매체를 판매하기 위해 영업을 해야하는 영업자이기도 하죠. 상담을 하다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납니다. 보통은 크몽이나 카톡 오픈채팅을 통해 문의가 들어오는데, 애써 상담을 하면 한참을 할 것처럼 이것저것 정보만 빼가면서 '준비하고 말씀드린다.' '보고드리고 연락드린다.'는 식의 답변도 꽤나 있는데요.
그것은 관계없습니다. 인연이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스케쥴 대기가 필요한 맞춤 교육 문의의 경우 재촉하는 것도 아니고 2주쯤 뒤에 한번 정도 확인을 합니다.
"혹시 진행 안 하실까요?"
그러면 하면 한다, 대기 중이면 대기 중이다, 안하면 안한다 짧게 말해주는 것조차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각박한 세상... 광고 견적, 커리큘럼 등 정리된 정보를 간단히 빼먹기 위해 문의하는 경쟁업체도 수없이 많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영업을 하다보면 알면서도 일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하는거죠.
잠재 고객에게는 제가 아무리 을이라지만 기본 예절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되구요. 이런 사람들은 정말 돈만 아니라면 절대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싶고, 본인들의 사업도 뻔할 뻔자 그리 오래 못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다보니 현타가 와서 저주를 퍼붓게 되었네요.
이런 케이스 뿐 아니라 붕 to the 신들도 참 넘칠 정도로 많습니다. 제 경력 초반의 상담 내용 중 일부인데요.
문의자 : 안녕하세요. 교육 과정에 타겟 광고, cpt , cvr, cps , ctr , cpm, cpv , cta , seo , cpi cpc cpa cpe roas 교육도 진행해 주시나요??
답변 :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것들이 광고의 모든 것이네요. ㅋ 광고 방식에 관한 용어들을 나열해주셨는데요. 거의 모든 광고가 말씀하신 용어들 안에 다 포함이 되기 때문에 1일 교육 안에 모두 디테일하게 담을 수는 없구요. 용어에 대한 이해라면 포함이 됩니다!
문의자 : 그럼 어떤 교육 과정 배워야지 저걸 다 배울 수 있나요??
그렇게 밤 11시 반에 시작된 상담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습니다. 15분 쯤 텀을 두고 답변하더군요. 약올리듯이 말 끝마다 강사님 소리를 붙이면서 뻘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자기 채널은 홍보 안해도 기본적으로 얼마간 들어오는데 배우고 싶다. 그런데 컴퓨터, 노트북도 없고 주말에는 가족이 있어서 나갈 수도 없다. 화상장비도 없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죠. 강의 서비스 내용에 커리큘럼, 지침 등 다 올려놨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전혀 관련도 없는 뭐 유튭에 항소할거 있다고 나갔다가 식사하고 강아지가 아파서 동물 병원 가야된다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전 몰랐습니다. 강사님.' '그러니까 저 광고 용어들 기법 기술 배우기 위한 금액도 궁금합니다. 강사님.'
상담하면 할수록 이 사람이 나를 놀리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크몽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속 사정 상관 없이 응답 시간을 체크해서 평균 응답 시간을 카운팅합니다. 그래서 서비스를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이 사람이 평균적으로 30분만에 응답한다... 1시간만에 응답하는 사람이다... 이게 판매자로서는 꽤 중요합니다. 이딴 사람들 때문에 손해를 볼 수는 없죠.
크몽 말고도 광고 대행 쪽으로 들어가면 저는 3D 조감도, 투시도, 홍보 동영상 등을 제작하고 온오프라인 광고관리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보통 노하우가 담긴 종합광고 견적을 쉽게 본인의 고객에 제공하려는 경쟁사가 진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거 제대로 짜려면 생각보다 하루종일 걸립니다. 어떤 매체는 요일별로, 계절별로, 업종에 따라 견적이 바뀌구요. 어떤 매체는 인플레가 너무 심해서 영업이익 고려해서 협의하고 견적을 맞춰야 합니다. 항목들이 50개 되는 경우도 있구요. 갭이 커서 러프하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각설하고...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물론 친절은 기본 베이스로 깔지만,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로 압니다. 그런 경우가 너무너무 많습니다. 이제는 90% 이상의 확률로 이 사람이 진짜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문의를 한 사람인지, 어중이 떠중이인지를 분명하게 압니다만... 그래도 그 때는 남은 10%를 위해 포기할 수 없기에 그런 부류들에게도 응대는 해줬습니다.
하지만 영업하시는 모든 영업자 여러분. 무조건 빌빌거리는 을이 되지는 말아야 합니다. 맺을 것은 맺고, 끊을 것은 끊어야 합니다. 근본적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기본 인성이 안된 사람의 사업에 어떤 경로든 발을 담구게 된다면, 리스크의 확률 또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돈의 문제이건, 답답함의 문제이건, 서비스 제공자의 진심의 문제이건 간에 좋은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은 그 낮은 확률의 이익을 위해 애쓰지 않고 있습니다. 영업자의 정신건강을 위함이며, 이것이 오히려 가망 고객에 대한 진심어린 응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 물론 이렇게 말씀드려도 '모든 이에 친절하라.'는 방식이 옳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저는 이에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요. 다만 제 글의 마지막 문장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사람마다 가용한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번아웃이 되면 그것만큼 최악이 없습니다. 공감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을 알고 자신에 맞는 현명한 영업 습관을 기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