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골프장 캐디 알바 진상 만난 후기와 수입, 난이도 등 경험담

디지털노마드방랑객 2025. 4. 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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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라고 하면 편의점, 카페, 학원조교까지 과장 조금 포함해서 100종목을 섭렵했지만, "캐디"만큼 체력과 멘탈이 동시에 갈리는 직종도 드물다. 급여는 높은 편이지만 이동거리 포함하면 그리 남는 장사도 아니다. 그리고 골프채를 들어 올릴 힘은 근력 운동으로 기를 수 있지만, '드러운 입'을 장착한 진상 고객을 견디는 건 아무데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호기심으로 지원해본 골프 캐디 알바. 돈 많이 준다기에 지원했다가 개 ‘진상’을 만나고 바로 그만둔 이야기다. 그리고 실 경험한 수입과 난이도도 알아보겠다.

 

좀 오래된 일이고, 당연히 현장에서 사진을 찍거나 할 여유는 없을 뿐더러 골프장은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곳이라 현장 사진 같은 건 없다. 아무래도 대체해서 펌 사진들로 구성해보겠다.

 

 

캐디 알바 난이도 : 중상(中)

 

캐디 일은 난이도만 따지면 '중상'쯤 된다. 무거운 캐디백 세트(13~15kg)와 그린 읽기, 거리 계산, 고객 심리 케어까지 다 해야 하는데, 대신 실내 서빙처럼 끊임없이 뛰어다니진 않는다. 체력 60%, 멘탈 40%쯤 소모되는 밸런스형 알바라고 보면 된다.

 

골프장 위치와 출근 루트 이번 현장은 경기도에 있는 모 컨트리클럽이었다. 처음 가는 캐디는 입구부터 헷갈린다. "땡땡 CC"라고 검색하면 회원제 코스와 퍼블릭 코스 주차장이 따로 찍히는데, 인력회사에서 보내준 안내문엔 이렇게 써 있었다.

 

"서브하우스 아닙니다. 클럽하우스 쪽으로 올라오세요!" 나는 교통 체증을 피해 새벽 4시 50분에 강남역에서 셔틀버스를 탔고, 5시 40분쯤 캐디하우스에 도착했다. 사물함에 유니폼이 걸려 있고, 모자·벨트·장갑까지 맞춰 착용하면 6시 10분에 근무일지 서명, 6시 30분 티오프 팀 배정이 뜬다.

 

업무 루틴 첫 티샷 전에 코스 정보 브리핑을 한다. "여긴 파4 361m, 좌우 OB, 200m 넘어가면 그린 앞 벙커 있습니다." 같은 멘트 반복. 플레이가 시작되면 18홀 내내 포대 같은 캐디백을 끌고 다니며 클럽 건네기, 거리 측정, 그린 스피드 설명, 벙커 정리, 디봇 복구를 반복한다. 날씨 좋은 날엔 숲내음이 힐링이지만, 이날은 예고 없이 '초초초 진상'이 찾아왔다.

 

진상 도라에몽
진상 진상!

 

진상 고객 등장 7번홀 파3. 네 번째 타석에 선 A씨(추정 핸디캡 30)는 의기양양하게 5번 아이언을 집어 들더니 볼을 홀컵 두 배 거리쯤에 떨어뜨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선배의 얼굴을 보며 "캐디님, 거리 안 맞잖아. 140이라더니 왜 160 나오냐고!"라며 불같이 화를 낸 것. 내 기억에 의존한거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화를 냈다. 선배는 최대한 정중히 "뒷바람이 조금 셉니다. 9번이 안전했을 거에요."라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A씨는 스코어카드를 던지기까지 했다. 욕까지는 안한게 다행이라고 해야되나.

 

나는 초보 교육생이니까 옆에서 쭈굴. 극한의 멘탈 관리 진상이 폭주하면 그 팀 전체 공기도 얼어붙는다. 다른 세 명의 고객은 선배와 나를 눈치 보며 '고생 많네'라는 미소를 지어줬지만, 문제는 이후 퍼팅 라인 설명부터 모든 콜이 A씨 마음에 안 들었다. 끝내 13번홀 벙커샷이 실패하자 "아 신발 캐디 새..." 라는 결정타까지 날렸다. 이럴 땐 최종 스코어, 팁, 평판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가벼운 사과와 동시에 필요한 서비스만 최소화하고, 감정 대응은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다행히 18홀 종료 후 동반자 B, C, D씨가 몰래 팁을 모아 “오늘 정말 수고하셨다”며 내 몰래 쥐여줘서 체면만은 살았다.

 

나는 뭐, 어차피 한번 경험해볼 생각으로 보조 역할로 소개 받아 가본거였기 때문에 그리 크게 상관없었지만, 이런일이 자주 있다면 상당히 괴로울 것 같다.

 

모든 서비스직이 다 그렇겠지만 돈을 많이 들여서 플레이하는 사람들 중에는 돈 들인만큼 큰 대접을 받고 싶어하고, 그 큰 대접이라는 건 거의 복종하는 하인을 두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외국 캐디
외국 캐디

골프장 캐디 알바 수입

여러분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골프장 캐디 알바의 수입은 한라운드 기준 실수령 약 12만원 안팎이다. 보통 오전 오후 1타임씩 2라운드를 진행하기 때문에, 하루에 24만원에서 30만원(팁 포함하면 이정도 된다고)까지 벌어간다. 나처럼 단기로 일했거나 경력이 짧은 보조 캐디는 좀 더 적다. (사실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쯤 전 일로, 20만원이 안되었던 것 같다. 위 금액은 2024년 기준 찾아본 정보)

 

주 5일로 환산한 월 수입 기준으로는 약 300만원이 평균이라고 봐야 하고, 성수기에는 월 400~500만원이 가능하다고 채용 사이트에서는 얘기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비오는 날 감안하거나 하면 이보다는 적을 것이다. 물론 단골이 많은 외모가 좀 되는 잘생기고 예쁜 코디, 또는 서포트 실력이 월등한 코디는 더 많이 벌겠지만... 무슨 소린지는 알거라 믿는다.

 

게다가 예전 내가 했을 때는 그냥 간단한 에티켓 교육만 배우고 교육비는 따로 없었는데, 전문적으로 캐디를 직장으로 생각할 경우 강습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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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1. 새벽 조 편성 시 클럽하우스 조식(죽·계란·김치)이 무료. 2. 10번홀 지나면 이동 매점에서 스포츠음료와 바나나를 캐디에게도 지급. 3. 라운드 종료 후 락커에서 온탕·냉탕·사우나 무료 이용. 근육 뭉친 종아리를 풀 수 있는 최상의 복지다.

 

단점

첫째, 티오프 시간 변동. 원래 6시 30분 팀만 담당하기로 했는데, 11시 20분에 추가 팀을 배정받으면 근무가 5시간 늘어난다. 둘째, 팁 복불복. 매뉴얼대로 완벽히 해도 ‘진상’ 한 명 때문에 동반자 전체가 팁을 줄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셋째, 햇빛·미세먼지·벌레. 여름엔 체감온도 35도, 겨울엔 –10도라 정직하게 계절을 맞는다.


총평

골프장 캐디 알바는 체력과 멘탈을 두루 테스트하지만, 자연 속에서 일한다는 희열과 필드 경험이라는 보너스가 있다. 다만 ‘진상 고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결국 캐디는 정확한 코스 정보, 차분한 톤을 유지해야 하고 번아웃 방지를 위한 멘탈 관리가 필수인 것 같다. 이제 나와는 관계 없는 세상이지만 인생 한번쯤 해볼 경험으로는 좋으나, 인터넷에 흔히 떠도는 고수익 알바 또는 직장으로 적합할지는 글쎄... 아무튼 나랑은 안 맞았다. '생각보다 더러운 꼴을 많이 당할 수 있다'라고 미리 각오하고 가면 어쩌면 편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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